'반영구 눈썹 화장'은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 | 의료법 위반 2020고정825 (4)
나) 의료법, 특히 이 사건 조항이 사용한 '의료행위'라는 문언은 의료법에 이미 나타나듯이 '의료‧조산‧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제12조)이라는 의미로 이해함이 일반적이다.
그중 '의료'는 전통적으로 좁게는 질병의 예방‧진찰과 치료를(제정법 제21조, 위 74도1114 전원합의체 판결), 넓게는 이를 보조할 수 있는 행위를 가리킨다.
따라서 '의료행위'의 본래 의미는 '질병의 예방‧진찰과 치료를 위한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다) 이 사건 조항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하여 체계적‧논리적 해석을 시도하여도 위와 같은 '의료행위'의 의미 범위가 쉽게 확장되지 않는다.
의료법은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제1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이 사건 조항은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의사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독점하게 함으로써 위와 같은 의료법 전체의 목적에 어긋나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함을 방지하고자 한다(위 74도1114 전원합의체 판결).
달리 말하자면 이 사건 조항은 의사 면허 없는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여 발생할 수 있는 보건위생상 위해를 방지하고자 하고, 이때 보건위생상 위해는 행위자가 의사와 같은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가지지 못하여 적절히 예방하거나 처치하지 못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보건위생상 위해는 의사가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통해 독점적으로 수행하는 임무인 의료와 보건지도에 관한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라) 의료법의 개정 연혁을 보더라도 위와 같은 '의료행위'의 의미 범위가 확장될 여지는 많지 않다.
제정법과 달리 1962년 개정법 이래 비의료인의 의료행위와 의료인의 면허 범위를 넘는 의료행위를 처벌하는 조문이 단일해지면서 의료인과 비의료인 사이에서 의료행위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좁아지게 되었다.
1973년 개정법에서는 '의료‧조산‧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을 '의료행위'로 약칭하게 되면서 의료법을 적용하면서 이를 일관된 의미로 해석하여야 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와 달리 비의료인의 행위는 '보건위생상 위해' 또는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만으로도 의료행위에 해당하지만 의료인의 의료행위는 '질병의 예방‧ 진찰과 치료 및 보건지도의 목적'이 필요하다고 본다면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의료인이 위와 같은 목적 없이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발생시킨 경우, 범의 유무에 따라 상해죄 또는 업무상과실치상죄 등으로 처벌받는 반면, 비의료인은 위와 같은 목적 없이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발생시킨 것만으로도 면허 없이 '의료행위'를 하여 의료법위반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마) 나아가 위와 같은 목적이 없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의 내용 또는 정도에 따라서만, 즉 '의료인이 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인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면,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가 있는 다종다기한 행위 모두를 의료법위반죄로 의율하게 되어 앞서 본 확장해석금지의 취지에 어긋나고, 관계 법령의 체계적인 해석을 어지럽히게 된다.
예컨대 공중위생관리법은 '피부미용업'을 '의료기기나 의약품을 사용하지 아니하는 피부상태분석‧피부관리‧제모‧눈썹손질을 하는 영업'으로, '화장‧분장 미용업'을 '얼굴 등 신체의 화장, 분장 및 의료기기나 의약품을 사용하지 아니하는 눈썹손질을 하는 영업'으로 정하고(제2조 제1항 제5호), 위 각 영업의 위생관리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위생수준을 향상시켜 국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고자(제1조) 위생관리의무 등(제4조) 여러 공법적 규율을 정하였다.
여기서 '의료기기나 의약품을 사용하지 아니'한다는 표현으로 의료법과 공중위생관리법이 각각 규율하는 영역이 명확히 구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높다는 사정만으로 '피부미용업' 또는 '화장‧분장 미용업'으로 분류할 만한 행위가 의료행위로 규율되고, 도리어 해당 행위에 사용된 도구가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결과에 이를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바) 따라서 문신에 관한 판례로서 위 91도3219 판결의 "의료행위라 함은 질병의 예방과 치료행위 뿐만 아니라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라는 판시도 그에 앞서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한 위 74도1114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와 같은 맥락 안에서 적어도 해당 행위의 방법 등이 질병의 예방‧진찰과 치료 등 전형적인 의료행위와 비슷할 것을 요청하는 의미라고 이해하여야 한다.
이때 '뿐만 아니라' 이후의 부분은 '질병의 예방과 치료행위'의 목적이 전혀 없는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목적이 다소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도 보건위생상 위해를 고려하여 의료행위의 성질을 인정할 수 있다는 보충적인 의미로 보아야 한다.
2) 헌법적 가치로서 기본권을 고려한 해석
가) 이 사건 조항 중 '의료행위'의 의미에 대하여 위와 같은 해석을 따르더라도 '문신 시술' 또는 '반영구 화장 시술' 행위는 형태나 용모에 관한 정신적 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소극적으로나마 '질병의 예방‧진찰과 치료'에 관한 목적이 인정된다거나, 그러한 목적은 다소 명확하지 않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상당하다는 등의 이유로 여전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견해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러한 해석은 현재의 규범 상황에서 헌법의 원리와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하는 해석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조항에 관하여 위와 같은 해석을 따르더라도 구체적인 사안에 이를 적용하면서는 '문신 시술' 또는 '반영구 화장 시술' 행위를 하는 사람의 직업수행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피시술자의 신체를 통한 개성 발현의 자유가 최대한 실현되는 해석에 도달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 2022년 결정은 피시술자의 기본권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아니하였지만, 현행 의료법은 비의료인에게 의료행위를 의뢰한 피시술자까지도 형사처벌하도록 정하였다는 점에서 더는 이 부분에 대한 헌법적 고려를 미룰 수 없다.
이 사건 조항의 해석 과정에서 위와 같은 기본권적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하는 결과에 도달하려면 기본권의 적정한 실현에 관한 헌법원칙인 과잉금지원칙에 따라 가능한 해석들 사이에 남아있는 위헌성을 판단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 2022년 결정에서 언급된 대로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대한 위해발생을 방지하고 국민건강의 보호증진을 도모하려는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 된다. 그런데 '의료행위'에 '문신 시술' 또는 '반영구 화장 시술'이 포함된다는 해석이 앞서 본 기본권적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하는지 검토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다) 침해의 최소성은 동일한 수준으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여러 수단 중 관련된 기본권을 가장 경미하게 제한하는 수단을 선택하도록 요청한다.
헌법재판소 2022년 결정은 의료인이 아니라면 문신 시술에 뒤따르는 피부의 방어 기능 파괴 우려, 감염의 위험성, 염료 주입으로 인한 면역 관련 질환의 가능성 등에 적절히 대처하거나, 이를 예방할 수 없다는 판단 위에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해석하지 아니하면 입법목적을 동일한 수준으로 달성할 수 없고, 따라서 위와 같은 해석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춘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런데 염료로 인한 부작용은 색소 자체의 안전성과 관련된 것이므로 의료인과 비의료인 사이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는 문신 시술 또는 반영구 화장 시술에 사용할 염료의 생산과 유통 과정을 규율하여 통제하여야 하는 위험이고, 비의료인에게 시술을 금지하여 대처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므로 비의료인에게 금지되는 '의료행위'의 해석에 관한 침해의 최소성을 판단하면서 고려할 만한 사정이 되지 못한다.
어떠한 형태로든 피부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행위는 감염의 위험성을 동반함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신체에 대한 침습은 가능한 여러 형태만큼이나 다양한 수준의 위험이 뒤따르고, 그중에는 극히 일부나마 비의료인이 습득하고 시행할 수 있는 한정적인 의학지식과 기술만으로 예방과 대처가 가능한 영역이 있으며, 현재의 일상생활에서 용인되기도 한다.
비근한 예로 널리 알려진 것처럼 침습적인 성질의 채혈 혈당측정기가 비의료인을 대상으로 판매‧보급되어 사용되거나, 이른바 '급체'로 불리는 급성 소화불량 환자를 위하여 비의료인을 대상으로 사혈침이 판매‧보급되어 사용되는 점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마찬가지로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적지 않은 논란이 있지만, 귀고리 등 장신구를 착용하고자 귓불을 뚫는 행위가 일상화되어 있는 점도 그러하다.
이러한 사례들은 한정된 영역의 피부를 바늘로 찌르는 침습행위에 수반되는 위험이 한정적인 의학지식과 기술만으로 예방과 대처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험을 의료인이 아니라면 적절히 대처하거나 예방할 수 없다고 판단하거나, 이를 전제로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해석하지 아니하면 의료법의 입법목적을 종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달성할 수 없다고 결론짓는 일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문신 시술과 반영구 화장 시술 행위가 상해죄 또는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처벌될 여지가 있으므로 그 위하로써 문신 시술 또는 반영구 화장 시술을 영업으로 영위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위 각 시술에 수반하는 위험의 예방과 대처에 필요한 조치를 다하도록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나아가 피시술자의 시각에서는 통상적인 의료행위의 상대방이 되는 환자의 경우처럼 자신을 상대로 이루어질 침습행위의 위험에 대하여 시술자보다 현저히 지식이 부족하거나, 그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침습행위를 감수해야 하는 절박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스스로 신체를 통한 개성 발현의 자유와 건강권을 형량하여 시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피시술자가 시술 과정에 대하여 주도권을 가지는 이러한 사정은 통상적인 의료행위의 경우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의사가 질병의 진찰과 치료방법에 상당한 재량을 가지는 것과는 구분된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 아래에서는 피시술자가 위와 같은 형량 끝에 시술을 결정하더라도 비의료인에게 의료행위를 의뢰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의 중대한 불이익을 받을 위험에 놓이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현행 법제의 대안으로서 문신 시술에 관한 별도의 자격 제도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 등을 2022년 결정의 이유에서 언급하기도 하였다.
물론 그러한 제도의 신설은 입법재량의 영역이고, 그에 소요되는 상당한 사회적‧경제적 비용은 입법자가 감안하여야 한다. 하지만 현행 법제도의 가능한 여러 의미 중 가장 헌법의 의미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채택하는 합헌적 해석을 하면서는 대안의 효과와 비용을 고려함이 없이 가능한 여러 의미 사이에서 공공복리와 기본권 등 서로 상충하는 헌법적 원리와 가치가 실현되는 정도를 비교할 뿐이므로 위와 같은 비용이 합헌적 법률해석에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
6. 이 사건의 경우
가. 기록에 따르면 피고인은 2018년말 무렵부터 제1항 기재 장소에서 속눈썹, 네일아트, 피부미용, 메이크업에 관한 교육을 하면서 펜대에 고정한 바늘 끝에 색소를 묻혀 피부를 아프지 않을 정도로 찔러 색소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눈썹, 아이라인, 입술 등의 피부에 '반영구 화장 시술'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 그러나 마찬가지로 기록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 피고인은 속눈썹, 네일아트, 피부미용, 메이크업 등 다른 화장술에 관한 교육을 하면서 '반영구 화장 시술' 행위를 한 점, ○ 위 시술은 색소를 묻힌 바늘로 피부를 아프지 않을 정도로 찌르는 단순한 기술의 반복으로 이루어지므로 그로 인한 위험을 예방하는 데 고도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리라고 보기 어려운 점, ○ 피시술자들도 위 시술 방법과 그에 따른 위험을 이해하면서도 다른 화장술과 같은 목적의 행위로 이해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 위 시술에는 감염 예방 등에 관한 일정한 의학적 지식이 필요하면서도 동시에 그와 이질적인 화장기법 등에 대한 지식이 상당한 정도로 요구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앞서 본 이 사건 조항의 정당한 해석에 비추어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반영구 화장 시술'은 '질병의 예방‧진찰과 치료 및 보건지도의 목적'이 있다거나 '의료인이 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7.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박종원